안녕하세요. 경제친구입니다. 지난 9월 26일 발생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고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디지털 행정이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서 정부 전산망이 멈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체감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온라인 민원 서비스와 정부 시스템이 한순간에 마비되면서, 정부 부처들은 수기 결재와 오프라인 서류 접수라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사태는 디지털 인프라의 중요성과 함께 백업 시스템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부 부처의 업무 마비와 수기 결재 체계로의 전환
화재 발생 후 첫 평일인 9월 29일, 정부 부처들은 극심한 혼란을 겪었습니다. 전체 행정정보시스템 647개 중 고작 55개만 복구된 상황에서, 공무원들은 평소 사용하던 온나라시스템을 전혀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온나라시스템은 정부 업무의 핵심 포털로, 문서 결재부터 물품 구매, 인허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행정 업무가 이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여러 부처에서는 전산망 밖에서 수기로 문서 대장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긴급하게 대응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업무연속성계획에 따라 공무원들에게 연계시스템이나 공직메일 등을 활용하라는 매뉴얼을 배포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다행히 공직자통합메일망이 복구되면서 최소한의 소통은 가능해졌으나, 여전히 대부분의 내부 업무망은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특히 산업부가 매달 1일 발표하는 월간 수출입 통계 같은 주요 경제 지표가 제때 발표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었습니다. 관세청 데이터가 광주로 이전 완료되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 전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예기치 않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민 불편 가중, 민원 창구에 시민들 몰려
정부 전산망 마비는 일반 국민들의 생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평소라면 집이나 사무실에서 간편하게 발급받을 수 있었던 각종 증명서와 민원서류를 받기 위해, 시민들은 직접 시·군·구청이나 주민센터를 방문해야 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토지대장 등 민원서류 8종을 온라인으로 발급받을 수 없게 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다행히 모바일신분증 서비스와 정부24는 복구되어 일부 서비스는 이용 가능해졌습니다. 주민등록시스템과 문서유통시스템도 정상화되면서 기본적인 행정 서비스는 제공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일선 관청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특히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각종 민원 처리가 필요했던 시민들에게는 더욱 큰 불편이었을 것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추석 자금 대출 업무를 최우선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오프라인 서류 접수를 확대하고, 정책금융 관련 기관들과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했습니다. 또한 신청 서류를 간소화하여 필수 서류만 먼저 제출하고 나머지는 추후 제출하는 방식으로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부처별 복구 현황과 대응 조치
행정안전부는 소관 시스템 19개를 복구하는 등 주무 부처로서 복구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모바일신분증, 정부24, 공공서비스통합관리시스템, 주민등록시스템, 행정전자서명인증센터 등 주요 시스템들이 단계적으로 정상화되었습니다. 기획재정부도 국가재정정보시스템과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 등 재정 관련 시스템 대부분을 복구하여, 은행앱을 통한 국세 납부도 다시 가능해졌습니다.
해양수산부는 1등급 시스템인 해운항만물류정보시스템을 화재 발생 다음 날 예비 시스템으로 신속하게 복구했습니다. 해양안전종합정보시스템도 이틀 만에 정상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다만 해수부 웹사이트는 여전히 접속이 불가능해, 대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우회 방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운영에는 이상이 없음을 즉각 확인했습니다. 원자력안전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원자력 시설 운영현황과 환경방사선 감시정보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어,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켰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민신문고 시스템 장애에 대응하여 팩스, 서신, 방문 등 대체 창구를 개설하여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마무리하며
이번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고는 현대 사회가 얼마나 디지털 인프라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라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정부 전산망이 멈추자, 수십 년간 구축해 온 전자정부 시스템이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수기 결재와 오프라인 서류 접수라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모습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백업 시스템과 재난 대응 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었습니다.
정부는 647개 시스템 중 55개만 복구된 상황에서도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했습니다. 각 부처는 비상 매뉴얼에 따라 대체 시스템을 가동하고, 오프라인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단순히 시스템을 복구하는 것을 넘어, 중요한 정부 시스템의 이중화와 분산화가 얼마나 필수적인지를 보여주는 교훈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대규모 전산 장애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점검과 개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