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제친구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인프라 금융 시장에서 시중은행의 역할은 단순한 자금 조달 창구에 불과했습니다. 대형 사회간접자본 사업은 건설사가 주도했고, 은행은 대출과 일부 투자만 제공하는 수동적인 참여자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신한은행이 GTX-B 노선의 금융약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은행이 사업 초기 단계부터 자본을 투입하고 이해관계자 협상을 이끌어가는 등 인프라 금융의 핵심 설계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7조 8천억 원 규모의 금융 주선 성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2019년부터 참여한 국내 주요 인프라 사업의 금융자문 및 주선 규모는 무려 7조 8천억 원에 달합니다. GTX A와 B 노선, 부산항 신항 2단계와 3단계, 인천김포 고속도로 재조달 사업 등이 모두 신한은행이 대표로 금융을 주선한 프로젝트들입니다. 이는 단순히 자금을 빌려주는 차원을 넘어서 사업 전체의 구조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신한은행이 인프라 금융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19년 GTX-A 사업부터입니다. 이는 국내에서 금융기관이 금융 주선을 성사시킨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되었습니다. 해외에서는 금융사가 인프라 사업 초기 단계부터 구조를 설계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국내에서는 건설사가 사업 구조를 짜고 협상 테이블을 주도하는 관행이 뿌리 깊었습니다. 인프라 사업은 통상 30년에서 4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한 국내 은행 입장에서는 장기 수요 예측과 운영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오히려 기회를 발견했습니다. 사업 초기부터 구조 설계와 자본 투입에 참여하면 리스크를 관리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시장에서는 무모하다는 시선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은행이 인프라 사업을 주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는 국내 금융 시장에서 은행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GTX-B 프로젝트의 우여곡절과 성공
최근 금융 주선이 마무리된 GTX-B 프로젝트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GTX-A의 성공을 발판으로 신한은행은 GTX-C 사업 입찰에도 참여했지만,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밀려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한은행은 대우건설과 손을 잡고 새로운 방식의 컨소시엄을 구성했습니다. 각자의 강점을 살려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신한은행이 자금 조달과 투자자 유치,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대우건설은 시공과 사업 추진을 맡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금융기관과 건설사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탄생한 것입니다. 자금 조달에 2년 이상 걸리는 동안 글로벌 투자사 맥쿼리가 사업에서 발을 빼면서 어려움이 따랐고, 공사 책임을 둘러싸고 대우건설 측과 갈등을 겪으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기도 했습니다. GTX-C 사업이 공사비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GTX-B 자금 조달에도 불똥이 튀었습니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이러한 난관 속에서도 대우건설과 긴밀히 협력하며 금융 구조를 정교하게 다듬어 나갔습니다. 참여 기관들의 이해관계를 세심하게 조율하며 끈질기게 협상을 이어간 결과, 최종적으로 3조 5842억 원 규모의 금융약정을 성사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금융 거래를 넘어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은행의 새로운 역할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프라 금융의 새로운 지평
신한은행은 이번 성과를 발판으로 철도와 도로, 항만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신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인프라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또한 정부의 고시 사업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신규 사업을 기획하고 제안하는 등 참여 방식을 다양화할 예정입니다. 이는 은행이 수동적인 자금 제공자에서 능동적인 사업 창출자로 탈바꿈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향후 정부의 민간투자 확대 정책과 맞물리면서 인프라 금융에서 은행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영업 관행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인프라 금융은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한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분야입니다.
특히 국내 금융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전통적인 대출 중심의 수익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프라 금융은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들에게 매력적인 사업 영역입니다. 신한은행의 성공 사례는 다른 시중은행들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맺음말
신한은행의 인프라 금융 혁신은 국내 금융 시장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단순한 자금 제공자에서 벗어나 사업 초기 단계부터 구조를 설계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핵심 역할자로 자리매김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6년간 7조 8천억 원 규모의 금융 주선 실적은 이러한 변화를 수치로 증명합니다.
GTX-B 프로젝트에서 보여준 끈질긴 협상력과 문제 해결 능력은 앞으로 더 많은 인프라 사업에서 은행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정부의 민간투자 확대 정책과 맞물려 인프라 금융은 은행들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신한은행의 성공이 국내 금융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