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제친구입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출시 이후 처음으로 시도한 대대적인 개편이 불과 일주일 만에 백지화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9월 23일 연례행사 이프 카카오를 통해 공개된 새로운 친구 목록 화면은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카카오는 기존 방식으로 되돌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서비스 개편 실패를 넘어 회사 내부의 조직 문화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특히 프로젝트를 주도한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개편을 강행했다는 내부 고발까지 나오면서 카카오의 조직 운영 방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화번호부에서 인스타그램형으로,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
카카오가 이번에 시도한 개편의 핵심은 친구 목록을 기존의 전화번호부 형식에서 인스타그램 스타일의 피드형으로 변경한 것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익숙해진 방식을 과감하게 바꾼 이 시도는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했다고 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용자들의 사용 편의성을 크게 해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격렬했습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는 최저 평점과 함께 이전 버전으로 되돌려 달라는 요청이 쏟아졌습니다. 평소 카카오톡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불편함이었습니다. 단순히 친구를 찾아 연락하려는 기본적인 기능 사용이 오히려 더 복잡해진 것입니다.
결국 카카오는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백기를 들었습니다. 기존의 전화번호부형 친구 목록을 첫 화면으로 되돌리고, 현재의 피드형 게시물은 별도의 소식 메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이번 개편이 실패였음을 인정한 셈입니다. 수년간 준비했을 프로젝트가 이렇게 짧은 시간에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홍민택 CPO, 토스 신화에서 카카오 논란의 중심으로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가 있습니다. 1982년생인 홍 CPO는 토스 신화를 일군 주역 중 하나로, 토스뱅크의 최고경영자까지 올라갔던 인물입니다. 당시 만 39세로 시중은행 행장들보다 스무 살 가까이 어렸지만, 독특한 금융 서비스를 내놓으며 토스뱅크의 흑자 전환을 성공시켜 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3월 토스뱅크에서의 임기를 마치고 카카오로 영입된 홍 CPO는 현재 카카오톡과 카카오맵을 비롯한 서비스 개발과 보완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에 합류한 이후 조직문화와의 충돌이 계속 발생해 왔다는 내부 증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토스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한 그의 경영 방식이 카카오의 조직 문화와 맞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카카오에 출근하자마자 토스식 조직 편제와 공지·보고 체계를 주입하고, 카카오의 공식 업무용 메신저인 슬랙을 다른 도구로 대체했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CPO 조직이 아니면 카카오톡 서비스가 돌아가는 사정을 알 수 없게 되었다는 불만이 제기되었습니다. 또한 토스 출신 인력을 지속적으로 영입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실무진 반대에도 강행, 내부 갈등 심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카카오 직원의 고발글은 내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줍니다. 업데이트 버전 공개를 앞두고 진행된 사용자 테스트 결과가 좋지 않았고, 개발자와 기획자, 디자이너 모두가 개선 사항과 우려 사항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진들의 목소리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팅 자리에서의 부적절한 언행이나 최근 휴대전화 포렌식 서약서를 강제로 요구한 사례 등입니다. 기술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보편적인 안전장치라 할지라도, 동의 서명을 하지 않으면 업무용 플랫폼을 이용할 수 없어 사실상 강제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조직 내 갈등을 증폭시켰습니다.
카카오 임직원들은 창업자가 건강 문제와 사법 문제로 부재한 상황에서 경영진이 성과를 내줘야 하는데 오히려 조직이 무너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특히 이용자가 카카오에게 바라는 것은 진정한 혁신인데, 단순히 인스타그램을 따라 하는 것은 혁신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내부적으로 더 심각하고 치열하게 개선 방안과 사업 비전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입니다.
맺음말
이번 카카오톡 개편 실패 사례는 IT 서비스 기업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시작한 변화라 하더라도, 실제 이용자의 필요와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카카오톡처럼 국민 대다수가 매일 사용하는 서비스의 경우, 변화에 대한 충분한 사전 테스트와 단계적 적용이 더욱 중요합니다.
또한 조직 내부의 의사소통과 문화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실무진의 우려와 반대를 무시하고 경영진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프로젝트를 강행한 것이 이번 실패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는 과정 없이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카카오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직 운영과 의사결정 구조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진정한 혁신은 단순히 다른 서비스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실제 필요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독창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카카오가 이번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더 나은 서비스로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