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제친구입니다. 최근 성수동에서 벌어진 광경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가 오픈한 'ETF 베이커리' 팝업스토어에서 990원에 판매하는 소금빵을 사기 위해 수백 명의 사람들이 3시간씩 줄을 서는 모습 말입니다. 일반 빵집에서 3000원 정도 하는 소금빵을 3분의 1 가격에 파는 것이 이렇게 큰 화제가 될 줄은 몰랐는데요. 이 사건이 단순한 마케팅 이벤트를 넘어서 우리나라 제빵업계의 가격 구조와 빵플레이션 문제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과연 빵값이 이렇게 비싼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990원 소금빵이 정말 가능한 일인지 살펴보겠습니다.

990원 소금빵 현상과 소비자들의 반응
8월 30일 오전, 서울 성수동 글로우 서울에서 벌어진 광경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전 10시 오픈 예정인 팝업스토어를 위해 8시 30분부터 줄을 선 사람들이 3시간을 기다린 끝에야 매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대기 줄이 골목 두 개를 돌 정도로 길게 늘어선 모습을 보면, 소비자들이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의 빵을 갈망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팝업스토어를 이용한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던 것 같습니다. 빵 3개를 구입해 약 8000원을 지불한 한 소비자는 일반 빵집에서 샀다면 1만 원은 넘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만족감을 표현했습니다. 가격은 절반 수준이지만 품질은 시중 제품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 것을 보면, 소비자들이 왜 이렇게 열광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슈카월드는 이런 저가 판매가 가능한 이유로 원재료의 산지 직송을 통한 유통비 절감과 빵 모양 및 포장의 단순화를 통한 비용 절약을 들었습니다. 빵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기획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서 현재 제빵업계의 가격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빵플레이션의 실체와 원재료 가격의 역설
빵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빵 가격 상승은 소비자들의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빵 소비자물가지수는 138.55를 기록해 2020년 대비 38.5%나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밀을 주원료로 하는 라면의 물가지수가 24.64%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빵의 가격 상승이 얼마나 가파른지 알 수 있습니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주원료인 밀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를 보면 국제 밀 선물 가격이 올해 2월 1톤당 212.12달러까지 상승했다가 8월 들어서는 186.96달러로 약 12% 하락했습니다. 원재료는 싸졌는데 완제품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제빵 산업 시장분석 보고서를 보면 상황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국내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가 2000년 41에서 2023년 138로 급상승했는데, 이는 프랑스나 일본보다도 높은 수준입니다. 결국 원재료 가격 상승과 복잡한 유통 구조가 빵값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영업자들의 반발과 구조적 문제점
990원 소금빵 현상에 대해 제빵업계 종사자들의 반응은 복잡합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초저가 빵이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개인 빵집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재료의 양이나 품질을 타협하면 원가를 낮출 수 있지만 결국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좋은 원재료를 수급하는 과정에서 여러 유통업체를 거치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입니다.
특히 건물 임대료와 화재보험료 같은 고정비용 문제는 팝업스토어와 일반 빵집의 근본적인 차이점입니다.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잠깐 영업하는 팝업 매장과 생업으로 임대료를 지불하는 가게의 제품 가격이 같을 수 없다는 반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슈카월드처럼 재료를 저렴하게 구해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더 큰 문제는 구조적인 부분에 있습니다. 설탕의 경우 원당을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하는 산업 구조 때문에 가공 설탕에는 30% 수준의 높은 관세가, 원당에는 3%의 낮은 관세만 적용됩니다. 여기에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3개 사가 국내 설탕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가격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시장 과점 또한 빵 가격을 낮추지 못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990원 소금빵 열풍을 보면서 소비자들이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의 빵을 원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3시간씩 줄을 서면서도 저렴한 빵을 사려는 모습에서 현재 빵 가격에 대한 부담감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이 일반적인 빵집 운영 상황과는 다른 특수한 조건에서 가능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합니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유통 구조 개선과 시장 경쟁 활성화에 있을 것 같습니다. 충남대 정세은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소수 프랜차이즈의 시장 과점 구조를 개선하고, 가맹 점주들의 원재료 선택 자율성을 확대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또한 설탕 등 주요 원재료의 수입 관세 구조도 재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제빵업계 전체의 가격 구조와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의 질 좋은 빵을, 자영업자들은 공정한 경쟁 환경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제빵업계가 발전해 나가길 기대해 봅니다.